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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D @ppo_d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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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감상하실 때 음악, 빗소리와 함께해주세요.

호우가 풀잎을 두들기는 소리가 세차게 울렸다. 이세진은 왠지 모를 오한에 이른 새벽부터 눈을 떴다. 후텁지근한 여름 공기에도 몸이 시렸던 까닭은, 항상 곁에 있던 체온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그는 인기척 없는 집을 샅샅이 살펴보다 곧 깨달았다.


박문대가 떠났다. 장마가 시작된 날이었다. 

 

 


혼자 죽으러 갔나. 내가 찾지 못할 만큼 먼 곳으로.


아마도 반년 전 겨울에 인생 장르가 좀비 아포칼립스 생존물로 바뀌고 나서부터 줄곧 이런 상황을 두려워해 왔던 것 같다. 감염된 박문대가 그를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아예 사라져버리는 것.


이세진은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려고 노력해봤지만, 정황이 뚜렷했다. 침입자의 존재를 의심하기에는 짐이 멀쩡했고, 몸싸움의 흔적 따위는 더더욱 없었다. 해도 뜨기 전 새벽에 이미 싸늘했던 옆자리는 박문대가 전날 밤 아예 잠들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사라진 건 무기와 사람뿐이었는데, 무기는 박문대가 아예 좀비가 돌아다니는 시내로, 혹은 더 멀리 떠날 계획이었다는 것을 뜻했다. 비가 오기 시작하면 식량을 찾으러 돌아다니기 힘들어질 테니 그 전에 충분히 비축해둬야 한다며 조급하게 굴었던 놈이 통조림 하나, 생수통 하나 손대지 않고 고스란히 두고 갔다. 이세진은 그 사실에 절망감을 느꼈다.


온몸으로 비를 맞아가며 해가 질 때까지 은신처 주변을 수색하고 또 수색했다. 그는 눈썰미가 좋았지만, 밤새 내린 비로 진흙탕이 되어버린 산길에서 사람 발자국을 찾아낼 정도는 아니었다. 일부러 비가 오길 기다렸다가 떠난 거겠지. 한없이 확률 높은 추론에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처럼 숨이 콱 막혔다. 늦은 밤 폭우에 그의 발자국조차 비에 쓸려가 지워지고, 그는 한 줌 희망을 품은 채 은신처로 돌아왔다. 당연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폭삭 젖은 옷에서 물기가 장맛비처럼 떨어졌다. 갈아입을 여력이 없어 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오랜 상념을 향해 침잠했다.

 

 


이세진은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는 실현 가능성 없는 망상을 즐기지 않으며,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죽인다. 낙관적이지 않으나 결코 비관적이지도 않다. 근심 걱정과 분노 따위 부정적인 감정의 대부분이 의미 없는 에너지 소모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 이세진이 특별히 과하게 염려하는 게 하나 있다면, 박문대의 안위였다. 소중한 사람이라서 마음을 많이 쓴다거나 하는 낯 간지러운 사유도 진심이었다. 다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는 박문대가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이세진은 붕괴 사고를 겪은 후로 종종 당시의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의 그는 꼭 현실만큼 무능하다. 박문대가 무대로 뛰쳐나가고 조명을 지지하던 철근이 무너져내린다. 그의 꿈이고 행복이었던 자리에서, 박문대가 무대 장치 아래로 파묻힌다. 이세진은 멍청하게 가만히 서 있다. 박문대가 죽었다고 판단하려는 이성을 멈춘다. 이게 현실일 리 없다고 무작정 부정하며 오감으로 입력되는 정보를 무시한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인지조차 느려진다. 물에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소리가 사라지고. 호흡하지 않게 된다. ……, 헉, 커흑, ……! 산소가 부족해서 한참을 마른기침하다 보면 자다가 숨이 막혀 깼다는 걸 알게 되곤 했다. 

박문대는 무사했다. 약간의 부상과 연이은 건물 붕괴는 마법 같은 힘으로 아예 없었던 일이 되었다. 천운에 감읍할 일이었다. 하지만 기적이 좋은 결과만을 남기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서 상담이라도 받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그렇다고 사고를 목격한 기억이 사라지지도 않았다. 사고는 이세진에게 죽음이 얼마나 가까운 일인지를 가르쳤다. 그 순간만큼은, 그의 인지 속에서 박문대가 확실하게 죽었다. 그리고 이세진은 박문대가 죽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얼간이가 되었다. 박문대가 무사한지 살피거나 살기 위해 대피하기는커녕 그냥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멤버들이 아니었다면 이세진이야말로 붕괴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되었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죄 좀비로 변하는 재앙 상황에서도 그가 타인을 챙기면 챙겼지 보살핌이 필요한 적 없었는데 박문대가 죽었다고 생각했다는 이유로 그렇게 됐다.

“나도 살고 싶어서 열심히 움직였던 거고, 무슨 남들을 위한 희생 같은 생각으로 한 행동은 아니야.”


붕괴 사고가 수습된 후 박문대는 그렇게 말했다. 이세진은 그 말에 힘겹게 승복했다. 박문대의 해명이 어느 정도 진심임을 알았다. 그리고 앎 이상으로 믿고 싶었다. 박문대가 타인을 말려들게 하지 않기 위해 홀로 죽으러 갔다는 추측은, 그 사실은. 박문대의 생존을 확인한 후에도 여전히 수용하기 버거웠기 때문이다.
 

지금 이 광경은 진실을 모른 척한 대가일까.
 

그래, 너는 그때 살고 싶어서 애썼겠지. 상황이 그렇게 돌아간 게 네가 원해서는 아닐 테니까. 하지만 죽음을 예감한 순간에 너는 또 나를 두고 갔다. 함께 있는 것보다 혼자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이번에도 가장 결정적인 장면에서 나를 버렸다.
 

믿음이 그의 잘못이었다.
 

박문대는 이세진이 홀로 남는 것과 둘 다 죽는 것의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모른다. 고립된 은신처에는 이세진을 물 밖으로 건져낼 멤버들이 없다. 머리카락에서, 눈썹 끝에서, 옷에서, 슬레이트로 막힌 천장에서. 끝도 없이 비가 내렸다. 이세진은 극도의 피로에 눈을 감았다. 빗물로 방이 다 잠겨 익사할 때까지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
열이 끓었다. 오한으로 전신이 덜덜 떨렸다. 이세진은 심하게 앓다가 다다음날 해가 질 무렵에야 정신을 차렸다. 빗속을 십수 시간 헤매고 그대로 잠들었으니 이 정도로 넘어간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는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이끌어 간신히 씻고, 옷을 갈아입고, 통조림 한 캔과 타이레놀 두 알을 억지로 입에 넣었다. 불행히도 인간이 물속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나 빗속에서는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박문대는 떠났을 뿐, 아직 죽지 않았다. 명확한 죽음의 증거가 어디에도 없었다. 이세진은 전기가 튀는 조명과 피 묻은 철골 아래에서 박문대가 살아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하물며 이세진은 박문대가 감염된 순간을 목격하지도 못했다. 그의 눈치로 몰랐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확률이 더 높지 않은가. 


어쩌면, 만약에. 다른 이유가 있어서 떠났다면. 불가피한 일이었다면. 그냥 눈 뜨니까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와 있었다던 언젠가처럼, 사라진 게 아예 박문대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이세진은 빙의와 회귀 같은 건 짐작도 못 하던 빈약한 상상력을 총동원해 박문대를 변호했다. 살고 싶어서 열심히 움직였다던 박문대의 말을 다시금 믿고 싶어서 믿었다. ……기다리면 돌아올지도 모른다. 욕심 끝에 덧붙인 한 문장은 현실에서 눈 돌리게 할 힘이 충분했다.

두 사람이 머물던 은신처는 반백 살이 족히 넘은 듯 낡고 허름한 집으로 야트막한 산 중턱에 한 채만 덜렁 놓인 폐가였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고 산을 넘던 중에 우연히 발견했는데, 수도 시설이 무사해 장마 동안 머물 곳으로 골랐다. 멀쩡한 방이 하나뿐이라 이세진과 박문대는 건장한 체격을 구겨 함께 누웠다. 날은 점점 덥고 습해지는데 선풍기 하나 켤 수 없는 탓에 열이 많은 이세진은 자주 잠을 설쳤다. 그러면 뒤척거림에 깨어난 박문대가 말없이 팔락팔락 부채질해주곤 했다.


혼자 누우니 방이 너무 춥고 넓었다. 이세진은 한 뼘짜리 방에서 하염없이 자원을 축내기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매일 숨이 막혀 잠에서 깨다 보니 너무 피곤해서 뭘 할 수가 없었다. 낮에도 꾸벅꾸벅 졸다가 뭔가 닿는 감각에 깜짝 놀라 눈을 뜨면 개구리가 폴짝폴짝 방 안을 돌아다녔다. 차마 먹을 자신이 없어서 매번 풀밭으로 조심스레 던져주기만 했다. 잠을 깨우는 불청객은 때로 청설모거나 너구리거나 겁 없는 야생 토끼이기도 했다. 모기와 나비, 이름도 모를 절지동물들이 고장 나 닫히지 않는 문틈을 통해 제집인 양 드나드는데 기다리는 사람만 소식이 없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한 달 남짓 지속된 장마가 끝날 무렵 이세진은 생각을 고쳤다. 여기서 마냥 기다리기보다 나가서 박문대를 찾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어디로 가야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전국을 다 돌아보면 박문대를 목격한 사람이 하나는 있지 않을까. 거창한 국토 대장정 계획을 세운 그는 일단 은신처에 작은 표식을 새겼다. 떠난 날짜, 목표로 하는 도시, 예상하는 경유지, 이세진임을 증명하기 위한 하트 서명. 거기에 박문대가 아닌 사람은 알아볼 수 없도록 적당히 암호를 섞어서. 혹시 박문대가 와서 필요로 할지도 모르니까 얼마 남지 않은 식량과 식수는 그냥 두었다. 옷과 침낭, 생존에 필요한 잡화만을 배낭에 넣고 한 손에는 무기를 든 채로 이세진은 은신처를 떠났다. 혼자서는 위험하겠지만 시내에서 소모품을 보충하고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마주한 세상은 이전과 완전히 달랐다. 이세진은 허탈하게 무기를 내렸다. 시체였던 것들이, 정말로 시체로 변해 있었다. 이제 좀비들은 사람이 움직여도 달려들지 못했다. 머리와 사지, 몸통까지 전부가 썩어 없어졌으므로. 인간의 신체가 덥고 습한 날씨에 얼마나 빨리 부패하는지 처음 알았다. 그는 충격에 헛구역질했다. 한때 이 거리를 채웠던 사람의 수만큼 백골이 굴러다녔다. 사람도 좀비도 없는 도시에 매미 소리가 세차게 울렸다. 이 장소의 주인은 이제 그들이라는 듯이. 오랜만에 산 사람을 마주친 소동물들이 사람 다리뼈를 갉다 뱉고 혼비백산했다. 완연히 죽은 도시 한복판에서 그는 멸망을 절감했다. 좀비를 피해 도망치던 나날보다 훨씬 깊게.

 

스포츠용품 브랜드에서 발에 맞는 운동화 몇 개와 우비를 챙기면서 이세진은 울렁거리는 속을 다스렸다. 문이 잠겨있던 매장 내부는 깨끗했다. 얼마 전까지 누구도 저 유리창을 깨서 큰 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도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썩어가는 시체가 즐비했다. 건물 내에서 기동성을 잃은 놈들은 햇볕을 받지 않아서인지 부패 속도가 비교적 느렸다. 저들이 다 삭아 없어질 때까지는 몇 개월이나 걸릴까. 그는 무심코 남은 날을 헤아리다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러나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으려 할수록 더 생각하게 되는 법이라서, 그의 무의식은 결국 도시로 발 들인 순간부터 느낀 선득함을 하나의 문장으로 엮어냈다.
 

박문대가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그놈을 못 찾아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영영 알 수 없게 되면 어떡하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박문대가 감염된 사실을 숨기고 도망친 게 아니라고 믿는다면 분명 그랬다. 다만 눈에 보이는 것은 실존하기에 설득력이 있었고 믿음에는 증거가 없어서 너무 연약했다. 그래서 그는 위태롭게 흔들렸다. 한 달만 더 버티면 됐다는 깨달음은, 생일 선물로 안겨주기엔 너무 잔인했다.
 

없는 사람을 찾아 평생을 헤매는 삶은 그의 빈약한 상상력으로도 지나치게 끔찍했다. 그렇게는 살 수 없었다. 차라리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비명을 지르려는 누군가의 입을 틀어막았다. 박문대는 살아 있다. 그러니까 이건 전부 의미 없는 에너지 소모였다. 그러나 아무리 막아도 울음이 샜다. 너무 무서워서, 이세진은 한참 동안 몸을 떨었다.
 

하늘은 맑은데 빗소리가 들린다. 장마가 끝나지를 않았다.

 

 


-
이세진은 하루 만에 다음 도시에 다다랐다. 더는 소리가 나는 걸 경계하거나 움직임을 숨길 필요가 없었으므로 이동 속도는 매우 빨랐다. 도시 안에서 세 명의 생존자와 마주쳤지만, 셋 모두 박문대는 못 봤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는 박문대 같은 유명인을 만났으면 당연히 알아봤을 거라 호언장담하며 어서 다른 도시로 가보라고 이세진을 다그쳤다. 이방인이 식량을 탐내지 않고 하루빨리 제 영역에서 떠났으면 하는 기색이었다. 그저 은신처와 가까워서 골랐을 뿐인 임의의 도시에 박문대가 있을 확률은 희박했다. 알면서 온 것이므로 이세진은 구태여 상처받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은신처와 달리 도시는 넓었으므로 이세진은 고민 끝에 시의 랜드마크로 유명한 동상에 다음 목적지를 적은 표식을 남겼다.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크게, 지워지지 않도록 유성으로 꼼꼼하게. 공공 기물에 낙서하는 건 초등학생 때도 안 해본 일이라 조금 어색했다. 동상을 둘러싸고 잡풀들이 그의 허리춤까지 자라 있었다. 표식이 가려질까 봐 조금 뽑아내다가 바짓단에 시퍼런 풀물이 배었다.


인간이 지구에서 하루아침에 증발하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별로 흥미 있는 주제는 아니었지만, 자연이 힘을 되찾고 문명을 파묻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을 거라던 강한 논조만은 기억한다. 보도블록과 담벼락, 갈라진 아스팔트 틈새로 초록이 가득했다. 버려진 자동차의 휠에서도 풀이 자랐다. 하늘은 맑고 공기는 깨끗하며, 존재조차 몰랐던 야생 동물들이 태연하게 횡단보도를 가로질렀다. 죽고도 죽지 못하던 사람들이 이제나마 흙으로 돌아가고, 시체를 뜯어먹던 구더기들은 곧 굶어 죽을 것이다. 마침내 평화로웠다. 때로, 평화가 찾아오기 때문에 삶이 비극이 된다. 이세진은 최후의 생존자로서 마땅한 비애를 느꼈다.

 

 

다음 도시로, 그다음 도시로. 발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박문대가 그를 찾고 있다면 가장 먼저 은신처로 향할 테고 표식을 따라 그에게 올 테니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늦가을쯤부터 만난 생존자들은 대다수가 한데 모여 살았다. 배를 곯지 않으니 뒤늦은 외로움이 몰아친 탓이다. 70억이 넘는 기생충을 먹여 살리던 지구가 인류 멸절 직전 드문드문 남은 찌꺼기를 부양 못 할 리가 없다. 도심 한복판의 나무에 과실이 주렁주렁 열려도 따먹을 사람이 없어서 허무하게 낙과했다. 한 마지기나 될까 싶은 주말농장 땅이 한 도시의 인구를 다 먹여 살렸다. 사람들은 그제야 인간이 타인을 배척하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현대 문명이 무너진 세상은 인간에게 키보드 두드리는 것을 제외한 다양한 재주를 요구했다. 이방인 중에 제일 환영받는 사람은 농사일하다 늙어버린 할머니와 할아버지였고, 소와 돼지를 잡던 도축업자였다. 신기한 것은, 그런 와중에도 구세계의 연예인이 인기 직업군이었다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이세진에게 정착을 권유했다. 아는 얼굴을 만나니 반갑다는 하찮은 이유였다. 인연 있는 사람이 다 죽어 생면부지와 동거하는 세상에서 그 정도면 무한한 호의를 제공해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그런 사람 중에는 그의 팬도 있었다. 아주사 때부터 이세진을 응원했다던 여자는 만나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너 얼굴이 왜 이래…. 왜 이렇게 말랐어…. 굳이 따지자면 그는 몸을 키우지 않으려 관리하던 아이돌 시절에 비해 훨씬 체격이 커졌는데, 여자는 막무가내로 이세진에게 뭔가 먹이려 들었다. 여자의 남편은 외간 남자를 챙기는 모습에 대단히 언짢은 듯했지만, 이세진에게 음식과 자원을 아낌없이 내주는 여자를 말리지 않았다. 여자는 다른 도시에서 그의 사인을 봤다고 했다. 예쁜 이름을 둘러싼 커다란 하트를. 그게 이세진이 남긴 흔적이라는 것을 알아볼 사람이 박문대 말고도 아직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술렁거렸다. 


“꼭 가야 해?”
“걱정 마세요 누나~ 세진이 못 믿으세요?”
“…믿어. 믿지 당연히. 너는 진짜, 우리 걱정시킨 적 한 번도 없었잖아…….”

 

도시를 떠나던 날, 이세진은 웃었다. 그간 지을 일 없던 표정은 너무 오랜만이어서 안면경련이 일어날 것 같았다. 팬이 여전히 팬이라면, 아이돌도 여전히 아이돌이어야 한다. 원하는 환상을 선물해주기 위해 그는 최선을 다해 눈을 접고 입꼬리를 올렸다. 저 진짜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여자는 많이 울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송별의 말을 건넸다. 응, 세진아. 걱정 안 할게. 그러니까 정말 잘 지내야 해. 몸조심하고, 항상 건강하고…….

 

 

그날부터 그는 잘 웃고 다녔다. 언제 만날지 모르는 팬을 또 울게 할 수는 없으니까. 웃음은 그에게 민낯보다 익숙한 가면인지라 한번 쓰고 나니 생각만큼 힘들지 않았다. 그의 직업은 항시 긴장하고 살 것을 요구했다. 카메라가 있는 세상에서는 아주 작은 실수로도 바닥에 떨어질 수 있었다. 그에 비하면, 몹쓸 짓을 하거나 표정 관리를 실패하더라도 증거가 남지 않는 세상에서 연예인으로 사는 것은 난도가 참 낮았다. 예를 들면 지금 같은 순간. 얼굴이 훼손된 마른 남자의 시신을 발견하고서 고인의 짐을 뒤져가며 이 사람이 박문대가 아니라는 증거를 찾으려고 할 때.


누군가 악의에 차서 그에게 쏘아붙였다. 쓰레기 같은 새끼. 그렇게 살 바에야 죽지 그래. 
 

품에서 연인과 함께 찍은 듯 보이는 사진을 발견한 이세진은 안도하면서도 가까스로 인정했다. 시체라도 찾고 싶다던 의견은 소각한 지 오래였다. 이게 만약 박문대의 시신이었다 해도 그는 포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회귀자도 있고 좀비도 있는 세상에서, 죽은 박문대가 생환할 가능성은 0이 아니다. 기적은 한때 박문대라는 이름으로 그의 곁에 실재했다. 보이고, 들리고, 만질 수도 있었던 것은 지나치게 설득력이 강했다. 몸이 고단해 믿음이 희박해지는 날이면 앎이 그를 생에 붙들었다. 계절이 흐르고, 해가 넘어가고, 다시 장마가 왔다. 그동안 그의 삶에는 하루도 비가 그친 적 없었고, 그렇다고 물이 차올라 숨이 끊기지도 않았다.
 

한 가닥 희망을 영원히 놓을 수 없어서 고통이 기약 없이 지속된다. 기적이 있는 세계를 산다는 건 그런 뜻이다.

 

 


-
생존의 위협과 고독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슬슬 권태를 해소할 취미 생활에 눈을 돌렸다. 처음에는 서점과 도서관에 널브러진 책을 꺼내 와서 읽었다. 지식의 보고에서 더 나은 생존 기술을 찾아본다는 빌미로 시작한 일탈이었다. 타인의 눈치를 살피며 <한국의 버섯 도감> 따위를 읽는 척하던 사람들은 얼마 안 가 대놓고 오락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백골을 깨끗이 치운 만화 카페는 어떤 도시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재주가 남다른 사람들은 발전기를 찾아 개조해 영화를 보는 사치를 부리기도 했다. 맡은 바 일을 소홀히 하지만 않는다면, 존속에 일말의 도움도 되지 않는 서로의 행동을 모두 용인했다. 살아가는 방법보다 살아가는 이유를 찾기가 더 힘든 세상이기 때문에. 그런 흐름 속에서 이세진도 취미라면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게 생겼는데, 일종의 그라피티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랜드마크를 찾아 페인트로 표식을 남기던 이세진에게 한 남자가 접근해왔다. 남자는 자신이 화가였다고 소개하며 식량을 좀 주면 그림 그리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세진은 그림을 그리려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웃으며 거절했다. 알고 보니 남자는 타인의 노동력에 무임승차를 하다가 근방의 생존자 무리에서 쫓겨난 놈이었다. 며칠을 굶었다며 비굴하게 하소연하는 화가에게 이세진은 통조림 몇 개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해달란 적도 없던 투시 강의를 듣다가 문득 흥미가 생겼다. 

뭐든 잘했던 이세진은 그림에도 어느 정도 재능이 있는 듯했다. 어떻게 알게 됐냐면, 화가가 뭘 제대로 가르쳐주기는커녕 붓질 한 번 할 때마다 그를 깎아내렸기 때문이다. 후려치기는 첫 소속사에서 질릴 정도로 겪었다. 저보다 잘할 것 같은 –그러나 아직은 아닌- 상대를 향한 견제는 익숙했다. 프로를 이길 정도는 절대 못 될 것 같은데. 자기 객관화가 잘 된 이세진은 곧 깨달았다. 남자는 화가가 아니라 지망생이었을 테다. 뭐, 나쁘게 말하면 날백수겠고. 삼촌뻘 아저씨의 버튼을 굳이 눌러서 울게 하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이세진은 늘 그랬듯 시기와 질투를 능숙하게 받아넘겼다.


밥벌레를 달고 몇 개의 도시를 이동하는 동안 그의 낙서는 콩알만큼씩 더 예술에 가까워졌다. 그는 실력 없고 불성실한 선생을 두고도 필요한 가르침을 뽑아먹는 데에 탁월했다. 이세진이 처음 쥐어 본 락카로 제법 그라피티다운 형상을 구사했을 무렵부터 화가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재능의 차이에 절망한 것 같기도 했고, 이런 세상에서는 불세출의 재능도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것 같기도 했다. 잡화를 두 사람이 나눠 들어 가벼워진 가방에 락카 스프레이가 몇 개 들어갔다. 


“세진아!”
“…아현이? 정말로?”


이른 여름, 경유지였던 바닷가의 작은 마을에서 이세진은 선아현과 재회했다. 명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잘생긴 얼굴이 5년의 세월에도 삭은 곳 하나 없이 그대로였다. 그는 정말 오랜만에 진심으로 웃었다. 행여 얼굴 아는 사람을 만나면 울지 않을까 했는데 이미 많이 울어서인지 눈물은 안 났다. 선아현은 3년 전부터 이곳에서 지내왔다고 말했다. 천혜의 땅이라는 갯벌의 넉넉한 자원 덕택인지, 마을의 생존자들은 하나 같이 너른 바다를 닮은 듯 온화한 성격이었다. 갑작스레 등장한 두 식객도 융숭하게 대접받았다.


이세진은 이 마을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도 좋았고, 지형도 좋았다. 조개를 캐어 플라스틱 통에 던져넣는 단순노동을 반복하다 보면 빗소리가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정착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에 처음으로 머뭇거렸다. 그래, 그만하면 열심히 했다. 누군가 말했다. 이세진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지옥에서 박문대를 만나도 미안하지 않을 정도는 됐다.


그런데도, 이른 새벽부터 펄에 나와 호미질하다가 일출이 시작되면 박문대가 생각났다. 따듯할 문, 햇빛 대. 그런 한자였지. 아~ 생일 인터뷰를 괜히 봐가지고. 이세진은 맥없이 투덜거렸다. 해가 지고 달이 뜨면, 또 박문대가 생각났다. 그건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달빛 아래에서 오래된 노래를 흥얼거렸다. 기다림이 좋다고, 이 기다림이 끝나면 마주칠 너를 안다고. 새빨간 거짓말도 반복해서 읊으니 정말인듯한 착각이 들었다. 달도 뜨지 않는 밤이면 별이 추억을 몰고 왔다. 그때는 빛 공해가 없는 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추억 속에서는 별이 돔을 가득 채우고 넘실거렸다. 어제 너와의 만남이 오늘의 빛나는 꿈이 되고 내일의 마법이 된 거야. 그래, 마법은 바로 너야. 응원봉을 든 팬들이 한목소리로 떼창하고 박문대는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우리가 우리였던 나날.


청승도 이런 청승이 없지. 이세진은 실실 웃었다. 그리움이 아주 습관성이었다. 그냥 만물이 다 박문대로 보였다. 그래서 빗줄기는 가늘어지기만 할 뿐 완전히 그치지 않았다. 그는 다음 도시로 떠날 준비를 했다. 장마가 시작되면 다시 폭삭 젖고 말 테니까, 슬슬 그래야 했다.


이 마을에서는 박문대의 행방을 묻지 않았다. 박문대가 다른 얼굴을 하고 찾아왔어도 알아봤을 사람이 있어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 선아현도 마찬가지로 그에게 누구의 소식도 묻지 않았다. 화가는 여기 남고 싶다고 했다. 가방에 다시 생존을 위한 온갖 잡동사니를 구겨 넣고 락카 스프레이를 짐에서 빼면서 이세진은 조금 씁쓸해졌다. 미련을 두고 가는 건 처음이라 외로움이 표정으로 번졌다. 선아현은 단단한 얼굴로 그를 배웅했다. 


“…세진아, 조심히 다녀와.”


한 글자 한 글자 공들여 발음한 인사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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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안내 말씀 드립니다. 이번 역은 우리 열차의 종착역입니다. 한 분도 빠짐없이 하차하시길 바랍니다…. 이세진은 사람 하나 없는 도시에서 중얼거렸다. 처음 떠나온 은신처 정남쪽에 바로 붙은 이 도시는 국토 대장정의 마지막 코스였다. 전국 팔도의 크고 작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고 때로 머물기도 하면서 그의 여행은 처음의 거창한 계획보다도 훨씬 장대한 여정이 되었다. 그런데도 박문대는 머리털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은신처로 돌아가서도 아무런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박문대는 한국 땅에 없다는 뜻이고. 그의 수년도 아무 의미 없는 시간 낭비가 된다. 그걸 인정하기 싫어서 여기서 때운 시간만 한 달이 넘어갔다.


그렇게 버티는 것도 이제 한계였다. 생존자가 다 떠난 무인 도시는 고요했다. 어딜 가나 똑같이 풀떼기에 파묻힌 폐허인데도 사람이 사는 곳과 살지 않는 곳은 분위기가 달랐다. 이세진은 외로움에 자유로운 초인이 아니어서, 혼잣말에 돌아오는 메아리와 대화하다가 정신이 나가버릴 지경이었다.


해외로 나가야 하나? DMZ는 지뢰밭이니 배를 타야겠지? 항구로 가면 엔진이 멀쩡한 모터보트가 남아있을까? 하하, 그는 일부러 소리 내어 웃었다. 웃음이 쓰다. 이런 상황에도 희망 회로를 불태우는 자신에게 진절머리가 났다. 이제 그만 포기해. 박문대가 네 꼴을 보고 퍽이나 좋아하겠다. 그 말은 누가 했더라.


그러게. 박문대도 이런 거 바라지 않을 텐데. 나는 왜 이렇게까지 걔를 못 놓고 있을까. 이세진은 오랜만에 근본적인 호기심을 품었다. 답이 나오지 않는 물음에 집착하지 않는 성미였지만, 낡은 외로움은 사람을 사색하게 만든다. 그의 믿음은 신실한 종교인의 굳건한 신앙과는 달랐다. 시련이 오면 한없이 얄팍해지고, 믿음과 믿음의 대상을 의심하고 원망하면서도, 끝내 믿음이 그를 배반한다 해도 괜찮았다. 박문대는 좀… 그런 데서만 눈치가 없는 놈이니까. 물론 아니라고 믿지만, 만에 하나, 감염되어서 도망친 거라고 한다면…….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를 걱정해서 한 짓인데 겨우 그런 실수로 박문대가 미워지지는 않았다. 아니 사실 처음에는 미웠는데 이제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냥,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해야지. 혼자 감당하지 말라고 해야지. 외로워서 죽을 뻔했으니까 두고 가지 말아 달라고 해야지…….

한 달 내내 내리던 비도 이제 멎었으니, 늘 그랬듯 표식을 남기고 떠나기로 했다. 근래에 좋은 일이 하나 있었다. 이 도시의 누군가가 그라피티를 업으로 삼고 있었던 것 같다. 비를 피해 문을 따고 들어간 집에서,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외국 브랜드의 락카 스프레이를 잔뜩 발견했다. 이세진은 희희낙락하며 락카와 방독면과 캡을 챙겼다. 그 외에도 그라피티에 사용하는 듯 보이는 여러 도구가 있었는데 사용법을 몰라 그냥 뒀다. 아주 잠깐, 남의 유산을 훔쳐 쓰면서 운이 좋다고 생각해도 되는 건가 싶긴 했다.


그는 시청의 널따란 담벼락을 빙 둘러서 밑그림을 그렸다. 맨 앞, 꼬리를 문 뱀은 처음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사흘을 꼬박 들인 벽화는 인생 최대의 역작이었다. 완벽했다는 뜻이 아니고, 다시는 이렇게 좋은 도구로 그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세진은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그림 옆에 태깅했다. 예쁜 이름과 이름을 둘러싼 커다란 하트. 그가 테스타 이세진으로 데뷔하고 줄곧 써온 사인.

은신처에는 겨우 세 시간 만에 도착했다. 폐가는 기억하던 것보다 더 허름했다. 가재도구가 죄다 엉망진창으로 엎어져 있는 걸 보니 다른 생존자들이 몇 차례 발 들였던 것 같았다. 그와 박문대가 함께 자고 생활하던 방은 엊그제까지 독점하던 호텔 침대 매트리스보다도 작았다. 그리고 그의 눈높이보다 조금 아래, 그가 처음 남겼던 표식 바로 옆에……. 이세진은 그대로 폐가를 뛰쳐나갔다. 천천히 걸어온 길을 빠르게 달려서 역행했다. 팬들이 좋아할 만한 사인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던 박문대가 생각났다.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난데없이 사인을 완성해서는, 강아지와 티벳 여우를 합쳐서 그렸다며 뿌듯해하던, 귀여워서 짜증이 났던 모습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라피티가 좋았다. 있지도 않은 예술혼을 불태우지는 못해서 혼 대신 소원을 담았다. 눈에 띄었으면 좋겠다. 더 멀리에서도 보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박문대가 바로 알아보고 나를 찾아와줬으면 좋겠다. 만약 그가 상상도 못 하는 방식으로 생환한 박문대가 그를 볼 면목이 없어서 찾아오지 못하는 중이라면, 당장 이리 오라고 전하고 싶었다. 나는 아직도 너를 기다린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니까 그건 조난 중인 서로를 위한 구조 신호였다.


시청에 다다르자, 웬 남자가 이세진이 아침까지 만지던 스프레이를 들고서 그의 인생 역작을 망치고 있었다. 더럽게 못생긴 사과는 유치원생이 그렸다고 해도 유치원생한테 모욕이었다. 야, 뱀과 사과는 너무 올드하지 않냐? 언젯적 컨셉이야 그게. 이세진은 농담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목이 메어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재회하게 된다면 하고 싶었던 말이 수천수만 가지나 됐는데. 열심히 연습했던 대사들이 하나도 의미가 없었다.


동시에 그동안의 모든 시간이 의미를 품었다.


차라리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사느니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이만하면 열심히 했으니 다 잊고 정착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박문대가 자의로 떠났다면, 이런 저를 반기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멸망 후의 세계에서 인간은 너무 귀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맡은 바 일만 잘하면 타인에게 잔소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에게 쏟아지던 말들은 전부 그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그의 절망, 고통, 외로움과 불신이 보낸 호소였다. 이세진은 이제야 제게 대답할 수 있었다. 거 보라고. 내가 옳았다고. 하루하루 이를 악물고 버텨온 나날이 전부 가치 있는 것이 된다.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언젠가 또다시 괴로워진다 하더라도 끝내 같은 길을 고를 만큼.


네가 있는 세계를 산다는 건 내게 그런 뜻이다.

이세진은 그림을 망치는 무뢰배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인기척에도 등을 돌리지 않던 남자는 떨고 있었다. 마주 안은 어깨에 뚝뚝 빗방울이 떨어졌다. 비는 지긋지긋하지만, 그친다는 걸 알고 있는 소나기는 무섭지 않다.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거쳐 그는 비로소 빗소리에 안정을 느꼈다. 8월 1일, 내도록 이어진,


장마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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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합작은 ​비공식 2차 창작으로 원작과 관계가 없으며, 게재된 작품의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습니다.

원작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_백덕수 / 주최, WIX 제작 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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