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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깨알 @jeoldaeKeunmun

Dream

공백 포함 11,657자

데못죽 41n화쯤을 시점으로 합니다.

원작 기반으로 했다는 점 미리 알립니다.

 

 

 

 "이게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 건지. 나 혼자여야 할 숙소 내에 다른 인기척이 들려왔다.

 생각해 보자. 방금까지 난 숙소에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생일인 놈의 문자에 답장을 하면서.

 

 

 [TeSTAR 큰세진: 문대문대~ 오늘 잊지 않았지?]

 [TeSTAR 큰세진: 흑흑 약속 잊어버리면 슬퍼용]

 [당연하지]

 [TeSTAR 큰세진: 오ㅋㅋ 약속 기억해 줘서 기쁘다 문대야]

 [TeSTAR 큰세진: 오늘 뭐 입고 올 거야?]

 [남방에 청바지]

 

 

 

 평소였으면 얼른 오라고만 할 놈이 오늘은 웬일로 착장도 물어보는 건지.

 약간 미심쩍었지만, 답장하는 게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라 간단한 답을 보냈다. 얼마가 지나지 않아 진동과 함께 휴대폰 화면에 잠금 화면이 나타났다.

 분명 큰세진의 답장일 것이기에 확인하려고 했다. 갑자기 거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기 전까진.

 ‘아직 안 나간 놈이 있었나.’

 라는 생각은 했지만, 금방 의심을 거두었다.

 차유진과 김래빈은 오늘 예능 촬영이 있다 했고, 선아현과 배세진, 류청우는 아직 못 산 큰세진 생일 선물을 사러 간다고 했던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큰세진은 한 시간 전에 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사생이라기엔.. 어제는 멤버들과 다 같이 거실에 모여 있다가 오후에 <힐링 장인 테스타>를 모니터링했지. 오늘은 멤버들이 나가는 건 봤어도 들어오는 소리를 못 들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어두고, 두꺼운 책을 들곤 문을 열어보니 거실에 여기에 없었어야 할 사람이 서 있었다.

 

 

 

콰당탕-

 

 “...!”

 큰세진.

 큰 소리가 났지만 별거는 아니었다. 내가 갑자기 나온 것에 놀랐던 건지 넘어진 것 같았다. 근데 그런 것치고는 표정이 좀 이상하다만. 얼이 나간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근데 저놈. 마냥 큰세진이라기엔 어딘가 어색했다.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마치 아주사 시절쯤의 큰세진보다도 어려 보이는 외관에 평소보다 조금은 작아 보이는 키.

 무슨 상황인 건가 싶을 때 내 앞에 푸른빛과 함께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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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발!]

 상태이상 : '되돌리지 않으면 □□을' 발생!

 : 정해진 기간 내로 이세진의 ■■을 되돌리지

 않을 시, □□

 남은 시간: 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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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진작에 사라졌어야 했을 시스템 창이 왜 갑자기 나타난 거냐. 리얼리티 때 분명 없앴던 거 아닌가.

 

 그러면 시스템 창에 적힌 이세진은 큰세진이 아닌 저 앞에 있는 이세진인가. 가려진 단어는 대체 무엇이고, 패널티라는 건 대체 뭔지.

 X발. 이게 넌센스도 아니고.

 가려진 것을 보면 이제껏 떴던 것과는 달리 죽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건데, 또 어떤 게 나올지.

 시스템은 우선은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닥친 일에만 신경 써야지.

 가만히 서서 생각하는 건 비효율적이라 시스템 창을 없애고 다시 이세진 쪽을 바라봤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숙소 안이나 두리번거리고 있던 놈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야?”

 눈이 좀 이상한데. 경계심만 있는 거라기엔.. 앞에 서 있는 놈의 눈이 맛이 갔다. 마치 백일몽에서 봤던 이세진처럼.

 데뷔 때문인가. 백일몽 당시의 이세진은 학폭 루머로 인한 하차로 멘탈이 박살 났었다. 혹시나 이놈도 데뷔 때문에 그런 거라면...

 이유는 하나뿐이겠지.

 

 

 

 - 결국 애매한 내가 적임자였다 이 말이야.

 

 

 

 자이롭.

 고등학생 때 자이롭에서 잘렸다고 했다. 아주사 당시의 놈보다도 더 어려 보이는 외형을 보면 대충 그쯤 되는 것 같았다.

 연습생 이세진은 좀 위험한데. 시스템의 상태이상이 이세진의 데뷔와 관련된 게 진짜라면 말이다.

 그 이야기를 꺼냈던 당시의 큰세진은 데뷔를 했지만, 내 앞의 이세진은 그게 아니지 않나. 어디를 봐도 지금 이 상황은 그때보다도 패널티가 컸다. 그렇다고 내가 그때보다 위로에 더 능숙해진 것도 아니고.

 후.. 일단 뭐라도 해봐야지.

 “천천히 대답해 줄게. 일단 이 옷으로 갈아입고, 마스크랑 선글라스 껴라.”

 “뭐?”

 “바깥에서 너 알아볼 수 있으니깐.”

 말 그대로. 이놈이 큰세진보다 어려 보인다지만 어쨌든 동일한 외모와 머리 색이라 이대로 나가면 사람들이 알아보겠지.

 큰세진의 옷장 안에 걸린 후드티를 집어 들곤 책상 위에 놓인 마스크와 선글라스와 함께 건넸다. 앞에 있는 놈은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는 듯해 보였지만, 그래도 결국 받아들었다.

 따를 의사는 있다는 거니 그나마 다행인가.

 “오, 갈비.”

 일단은 큰세진과 스케줄 빌 때 가끔 왔던 갈빗집에 데리고 왔다. 이야기를 좀 하다 보니 이세진도 오늘이 생일이라길래 겸사.

 시스템이 불러온 놈이라 해도 생일날이라는데 좋아하는 음식 먹여줘야 하지 않나. 표정도 안 좋아 보이니깐.

 지금 가장 중요한 건 ...

 “우선 말은 편하게 해라. 나이 차이 얼마 안 날 것 같은데.”

 아마.

 납치한 거라는 오해는 풀려서 그런지 경계심은 좀 줄어들었더라고. 처음엔 말도 깠는데, 지금은 존댓말 쓰는 거 보면.

 듣자 하니 마지막 기억이 책상에서 엎드려 잠들었다는 것 같다.

 “형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요? 전 18살인데~”

 “... 25살.”

 “오~ 넵.”

 ... 과거의 큰세진을 데려오기라도 했는지 꽤나 비슷한 것 같다. 헛소리라도 들었다는 듯한 영혼 나간 대답하며, 표정까지.

 7살이나 차이 나서 쉽게 말은 못 놓는 건가 싶었지만, 그 생각이 무색하게도 이다음부터 곧잘 말을 놓았다.

 이젠 할 거 제대로 해야지. 정확히 어느 시점의 놈인지, 어떤 상태인지 알아야 무언가를 할 수 있으니깐.

 “어? 어느 정도 알고 있던 거 아니야?”

 “뭐라고?”

 “아까부터 대화하는데 묘~하게 연습생이나 방송 같은 주제는 피하던데... 이거 아니야?”

 “... 맞긴 하지. 연습은 잘 되어가냐?”

 “음... 당연하지~”

 굳이 피했던 건 아니었다. 이제부터 질리도록 이야기할 건데, 잠시나마 다른 이야기하는 게 낫지 않나.

 

 하지만 연습 괜찮냐는 질문에 과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확신했다. 생각보다 진전이 잘 안되는 듯하다는 것을.

 

 이전에 듣기론 입사한 해 안으로 데뷔시켜준다 하여 소속사를 옮겼다고 했다. 이세진의 나이를 봤을 때 소속사를 옮긴 지 몇 개월은 됐을 텐데 데뷔는 무소식이니 꽤나 애가 타겠지.

 

 

 

 “소속사를 옮기곤 어땠는데.”

 “어떻게 알았어? 나 소속사 옮겼던 거.”

 “예전에 MS에서 올렸던 연습생들 영상 봤다.”

 “! 으하학! 좀 부끄러운데~!”

 안 그래 보이는데.

 영상을 봤다는 사실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놈들이 얼마나 괜찮았길래 데뷔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봤을 뿐.

 지금 이 상황을 꿈이라 생각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제아무리 이세진이더라도 어리긴 하다는 건지.. 큰세진이라면 의심하고, 자신의 이야기도 잘 안 했을 텐데, 이세진은 손에 든 갈비를 내려놓곤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 사실은 안 괜찮아.”

 “...”

 “재작년 이날, 데뷔할 그룹에서 잘렸거든. 내 포지션이 애매하다나.. 리더, 키 큰 사람, 귀여운 사람, 춤 잘 추는 사람, 노래 잘 부르는 사람.. 등을 제외하고 보니까 나만 남은 거지~.”

 

 

 

 이전에 들었던 것들이 대부분이라지만, 역시 맨정신으로 들을 만한 주제는 아니었다. 알코올이 들어가야 할 것 같았지만, 내 앞에 있는 놈은 미성년자니.

 계속 들은 바로는 이랬다.

 오늘 오전에 데뷔는 언제인지 현재 소속사에 물어봤지만, 말을 돌리기만 할 뿐이라고.

 근데 딱히 거기서 끝나지는 않은 것 같다.

 쉽게 말해 보자면 이놈이 저조한 데에는 다른 사정이 더 있을 것 같다는 뜻이다. 이전까지 들은 것들과 동일한 건 맞다만, 큰세진과 이야기들을 해봤을 때의 내 경험상으로 저런 말투로 이야기한다면...

 보통은 다른 사정이 있었거든.

 “이걸로 계산해 주세요.”

 “네~ 일시불 맞으시죠?”

 “예.”

 계산을 하고 나오니 이세진은 신기하단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긴. 같은 서울이더라도 7년 전과 후는 꽤나 다를 테니 신기할 만도 한가.

 “근데~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데, 여름에 후드티 안 더워?”

 ... 네가 지난달에 골라준 거다.

 그룹 단체로 후드 입고 캠핑장 가자는 내 의견에 힘을 실어준 놈 얼굴로 저런 말을 하니까 좀 열받는다.

 참고로 아까 입었던 하늘색 남방은 다시 옷장 안에 걸어두었다. 아까 그 차림으로 큰세진과 닮은 꼴인 이놈과 나왔다면 테스타 박문대라는 사실을 들키는 건 시간문제가 아닌가.

 더운 날씨에 계속 길바닥에 마냥 서 있을 수는 없는데.

 “어디 가고 싶은 곳 없냐?”

 “글쎄~ 형은 친구 만나면 보통 어디 가?”

 ... 아. 생각해 보니까 데뷔 초에 나와 선아현이랑 다닐 때 이렇게 놀러 다닌 거 오랜만이라 했던 게 기억났다. 연습생 때 잠깐 노는 것 제외하곤 놀았던 적이 없다고.

 흠, ‘친구 만나면’인가..

 그러고 보니 어제 큰세진이 나한테 이상한 질문을 하지 않았나.

 

 

 

 - 문대~ 세진이랑 놀 때 어디 놀러 갈 것 같아?

 -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보냐?

 

 

 

 진지하게 생각도 해보기 전에 류청우가 불러서 이야기가 끝나긴 했지만..

 - 아직도 생각 중인 건가~

 

 

 

 답지 않게 재촉했지. 평소의 큰세진이라면 스치듯 물어보고 기다렸을 것을, 그 질문만큼은 오늘 외출 전까지도 물어봤다. 설마 이런 걸 예상했던 건가.

 쓸 데 없는 의심은 하지 말자. 큰세진이 무슨 수로 미래를 예측한단 말인가. 당장에 급한 주제는 아니니 넘어가는 게 좋겠다.

 - 문대~ 이번엔 여기에 가볼래?

 - 노래방 가자~

 

 

 보통 이런 건 큰세진이 주도해서 좀 익숙하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애를 여기에 계속 세워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깐.

 시계를 확인하니 1시 반 정도 됐다. 오늘은 스케줄도 없고, 큰세진과의 약속도 아직 2시간 반은 남았으니까 시간은 아직 꽤 남았군.

 

 

 

 “노래방 괜찮냐?”

 “네넵. 형이 노래 불러주는 거야?”

 같이 불러야지, 이 새끼가. 역시 큰세진과 비슷하기라도 하듯 어딘가 열받게 한다.

 노래방에 자주 오는 편은 아니라 노래는 이세진이 원하는 것들 위주로 틀게 했다.

 7년 전의 이세진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꽤나 된 노래들이 많이 나왔다. 그나마 모든 곡들을 아는 게 다행이었나. 노래방에 올 때마다 큰세진이 꼭 신청했던 곡들이었거든.

 옛날에 유행했던 듯한 노래부터 시작해 덜 유명한 곡, 가요, 발라드, 팝송 등 여러 노래들의 반주가 흘러나왔다. 거기에 맞춰 이세진은 음을 추가하거나 탬버린을 흔들었다.

 괜히 말려든 것 같아 열받지만, 나름 즐기니까 소득이 영 없던 건 아닌 것 같다.

 

 

 

 “노래 진짜 잘한다~”

 “고맙다.”

 “뭘 이런 걸로.”

 이 말을 끝으로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망한 건가.

 “무슨 생각 하냐.”

 “음, 그냥.. 형 같은 사람이 아이돌 하는 거구나 싶어서.”

 깍지를 끼고 약간은 가벼워 보이는 듯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 다만 그 알맹이는 마냥 가볍지는 않았다만.

 노래방에 데려오는 게 아니었나. 괜히 얘 멘탈만 더 망가지게 했던 건가.

 “내가 널 잘 아는 건 아니다만.. 그것뿐만은 아니지 않아?”

 다른 걱정이 있다던가 말이지.

 내가 아는 큰세진의 과거는 갈빗집에서 들은 것들 뿐이라 하지만 더 있겠지.

 왜, 과거에는 있던 고민이 나중에는 사라져서 말할 필요가 없을 가능성도 있지 않나. 졸업 후 연습생 생활만 계속하던 때와는 달리 현재는 스트레스에 노출될 만한 곳도 많고, 나이도 아주사 때보다도 적은 만큼 지금보다도 더욱 떨쳐내기 힘들 수도 있겠지.

 

 

 

 “때로는 모르는 사람한테 털어놓는 게 후련할 때도 있던데.”

 “아.. 원래 이런 것까지 말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차피 꿈이니까 상관없나?”

 이세진은 주먹을 쥐었다 피며 시선을 노래방 기계 쪽으로 옮긴다.

 

 

 “최근에 다들 비슷한 말만 하는 거 알아? 가능하면 빨리 학업을 붙잡는 게 낫지 않겠냐. 춤과 관련된 대학으로 진학해 봐라. 이런 식으로. 나는 아이돌이란 직업을 꼭 해야겠는데 말이지.. 그걸 위해 수년간 노력해 왔는데도.”

 “...!”

 “근데 요즘은 정말로 그게 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도 나보다 더 뛰어난 아이돌이 많고, 나중에는 그보다 더 뛰어난 애들이 올 텐데.”

 큰세진은 조소를 지으며 혀를 찼다.

 “웃기잖아. 뭐 때문에 그렇게 몇 년 간 노력했는데, 이제서야 꿈 꿔왔던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는 게..”

 노래방으로 데려왔던 것에는 큰 의미는 없다. 아이돌에 대한 확신을 다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는데.

 X발. 처음부터 노래방 말고 다른 방법을 생각했어야 했나. 근데 이런 고민을 하는 얘한테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큰세진은 데뷔라도 했..

 ... 그걸 보여주면 되나.

 숨을 한 번 고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수년간 연습한 결과물 중에서 성공한 사례가 있는데 보러 갈래?”

 

 

 리얼리티 때 써먹었던 방법이 있었다. 물론 결도 방식도 다르지만.

 그때는 그놈들과 함께하면서 속을 썩이고 있던 큰세진에게 기억을 돌려줬다면 지금은.. 그에게 다른 방식으로 성공한 사례를 보여주면 되지 않나.

 “... 성공?”

 “그래. 여기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되는 거리에 있는데.. 어쩌고 싶냐.”

 가능하면 미래에 대해선 알리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알렸을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데다가 그게 과연 이세진에게 도움이 될까 했으니깐.

 근데 저 모습은 언제든 꼴 받는단 말이지.

 

 리얼리티 때 투어 영상을 봤을 때 이미 폐급이란 걸 알고 있었다만, 자이롭에서 활동하는 동안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난장판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놈들의 그룹에 떨어지고, 연습생 생활을 계속하면서 주위 사람들 말을 들었다고 저런 말이나 하는 꼴을 보니깐.

 

 그나마 다행인 건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 전부 이 근처였으니깐.

 

 제일 먼저 보여줄 건 ...

 

 

 

 “저기에 있는 거, 혹시 나야?”

 

 

 

 누가 봐도 너 아니냐.

 사진의 큰세진은 옆에 있는 놈보다 약간은 볼살 빠지고, 이목구비도 약간은 더 뚜렷하다. 그리고 Savior 활동 당시의 블론드로 옆에 있는 놈과 모발 색도 달랐지만, 가장 중요한 전체적인 외형은 동일하지 않나.

 아, 말하는 걸 깜빡했나.

 이세진과 같이 온 곳은 광고판이 개첩된 역이었다. 다행히 갈빗집 근처에 역이 있더라고. 오늘이 생일인 놈이라 바로 앞까진 못 갔지만, 보인다니까 상관은 없나.

 

 

 

 “당연한 거 아니냐. 그리고 7월 중순쯤부터 개첩됐다.”

 “...! 누가?”

 

 

 이런 걸 해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대답을 아직 하지 않았지만 본인 스스로도 예상은 갔는지 입을 닫은 채 답을 보채지도 않았다. 아이돌, 광고판, 생일 문구... 하면 해줄 사람은 뻔하지.

 

 러뷰어.

 

 이 역 말고 다른 역들에도 개첩되어 있는데, 그곳들까지 들리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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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시간: 31 Minu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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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도 없고, 러뷰어도 많이 왔으니까 이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게다가 1군 아이돌 생일 하면 광고판 뿐은 아니지 않나.

 

 

 

 “여기서 4번 출구로 나가면 ... 아.”

 

 나가면 바로 보인다는데, 정말이군.

 

 사람 많은 것만 봐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세진의 생일 카페가 저곳에 있다는 것을.

 

 

 

 “지금껏 본 것들이 내 미래일 수도 있다는 거야?”

 “그런 거지.”

 이세진은 많은 러뷰어들로 붐비는 생일 카페를 빤히 바라 바라본다.

 솔직히 말하면 이놈이 이걸 과연 믿을 수 있을지 싶다. 1군 아이돌이 될 미래도 있다 하면 누가 믿나. 가장 현실적인 성격이면서도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큰세진을 반영했다면 이 녀석도 별반 다름없을 것이다.

 뭐.. 표정을 보면 아예 안 믿는 것 같지는 않다만.

 

 

 

 “솔직히 말하면.”

 “어?”

 “아이돌이 되기까지 쉽지 않을 거다.”

 

 

 실제로 그랬으니깐.

 아주사에서 봤을 때의 이 녀석 나이가 21살이었다. 이 말은 3년은 더 거기서 썩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아주사 출연 후도 그렇고, 데뷔를 하게 되더라도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이 말은 데뷔하기 전인 이 녀석에게 굳이 말 안 해도 되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다 보면 너한테도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거다.”

 ... 설마 울려는 건 아니겠지. 어째서인지 첫해의 시상식이 생각났다. 다행히 그날은 분위기가 이상해지지는 않았다만 혹시 모르지 않나.

 

다행인지 입을 열고 나온 건 장난이 아닌 전혀 생각도 못 한 말이었지만.

 “... 형이랑 같이 할 수 있어?”

 

 

 

 ..!

 그에 대한 대답을 하면서 놈을 보려고 하니, 상태창 팝업이 나타남과 동시에 이세진이 서서히 흐릿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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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적 만남!]

 당신은 이세진과의 만남을 통해 ㅁㅁ을 되돌리는

 것을 성공했습니다!

 !제한시간 : 충족 (대성공)

 !상태이상 : '되돌리지 않으면 리셋을'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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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 성공한 건가.

 

 X발. 다른 미션들도 쉽지는 않았다만, 이번 거는 정말 위험했다. 명확한 제시도 없고, 시간도 꼴랑 4시간뿐이었으니깐.

 언제는 안 그랬냐마는 이번에는 유독 소름이 쫙 끼치는군. 그나저나 없앴던 게 아니었나. 저런 걸 만들어낼 정도로 멀쩡한 건가.

 ‘열받네.’

 그나마 다행인 건 마지막엔 경계심이고 뭐고 다 없어진 듯 후련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시스템이 만든 놈이겠지만, 그래도 마지막엔 웃으니까 나름 나쁘진 않았다.

 ‘약속 시간은 1시간 남았나.’

 정확한 시간을 확인하려고 시계를 볼 때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문대~”

 왜 이 녀석이 뒤에서 나오는 거냐.

 약속시간까지 한 시간은 남은 것 같던데.

 “어릴 적 세진이랑 잘 만나고 왔어?”

 “뭐..”

 “흑흑, 너무 서운하다 문대문대.. 어떻게 남방에 청바지 입었다고 거짓말을 할 수가 있어.”

 그렇게 말하는 큰세진의 말에는 당혹감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아까까지 있던 애가 이놈인가? 정확히는 과거의 큰세진 놈 말이다..

 ‘... 시스템이 만들어 낸 게 아니었다고?’

 물론 이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의 누군가를 데려온다는 게 말이..

 될 수도 있나.

 그러고 보면 류건우 몸으로 가서 사건들을 해결했다. 그걸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가능했...

 ‘잠깐, 뭔가가 떠오를 것 같은데.’

 - 오, 문대문대~ 이 신발 아까 멤버들이랑 같이 맞췄던 후드티랑 어울릴 것 같지 않아?

 - 그런 것 같기도.

 - 세진이랑 같이 신을까?

 - ... 그러든가.

 - 문대, 이 노래 불러줘.

 - 네가 나 전세 냈냐.

 - 에이,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 흑흑. 안 불러주면 세진이 서운하겠지? 그러면 문대가 곤란해지지 않을까?

 - ... 뭔데.

 

 

 

 ‘잠깐, 그러고 보니까 이놈 어제..’

 

 

 

 - 문대~ 세진이랑 놀 때 어디 놀러 갈 것 같아?

 -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보냐?

 - 음, 갑자기 궁금해져서?

 - 어디 따로 놀러 가고 싶은 데라도 있는 거면 말해라.

 - 그런 건 아니고... 아. 대부분 나나 아현이가 정하니깐?

 

 

 

 어제부터 좀 이상하지 않았나. 평소에는 답 안 해주면 그냥 넘어가던 놈이 어제오늘은 집착했다.

 

 그뿐 아니라 오늘 이세진과 갔던 갈빗집은 큰세진과 자주 갔던 곳이었고, 이세진이 추천했던 노래들 전부 큰세진이 자주 신청했던 노래였다. 게다가 오늘 입은 옷마저 신발과 바지는 큰세진과 같이 맞춰서 산 것들 아닌가.

 

 왜 몰랐나 싶을 정도로 썩 이상한 점이 많았다. 아니, 반대로 생각하면 그 부분들에 대한 답이 나왔다.

 

 

 

 “그게 진짜 너였다고.”

 

 

 

 내 말에 한쪽 눈썹을 움직이며 이미 예상하지 않았냐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 그게 그렇게 됐다.”

 “뭐? 풉, 문대..문대... 그게 나였던 사람 본 후에 할 말이야..? 큽.”

 웃기냐.

 큰세진은 어디 하나가 고장이라도 났는지 웃음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마치 리얼리티 당시 기억이 돌아온 것처럼 말이다.

 참자. 그렇다고 생일인 놈을 때릴 수도 없지 않나.

 “하~ 문대는 세진이 입이 얼마나 간지러웠는지 모르지?”

 지금 모습을 보면 대충 알겠다마는.

 “그러면 처음부터 알고 있던 거냐?”

 “아이고~ 세진이 기억력이 너무 뛰어나서 기억해버리고 말았네~”

 “...그러냐.”

 “이걸 알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

 

 

 

 남은 대가리나 굴리고 있는데, 큰세진은 놀릴 여유가 있는 것 같아서 괜히 꼴 받는다.

 그러고 보면 아주사 때부터 간간이 어디서 보지 않았냐는 질문들을 많이 하긴 했지. 이런 거라곤 생각도 못 했지만.

 과거의 큰세진이 아까 ‘꿈’이라고 표현했던 걸 보면 현실 자체로 인식은 안 했던 것 같다. 현실이라 받아들이게 된 계기는 아마 시스템을 밝힌 날 때쯤이려나.

 그래도 텐션은 괜찮은 것 같으니 다행이다.

 

 큰세진은 뭐가 그렇게 좋은 건지 계속 웃고 있었다. 지금까지 봤던 것들 중에서 제일 밝아 보이는데. 뭐, 지금은 괜찮아 보이니 아까의 것들이 나쁜 선택만은 아닌 것 같다.

 숨을 몇 번 고르고 난 후에 큰세진놈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이제는 좀 진정이 됐는지 입을 연다.

 “고마워.”

 “...뭐. 고마우면 생일 카페 인증이나 하던가.”

 “으하학. 문대문대가 찍어주는 거야? 세진이 예쁘게 찍어야 해~ 찍은 사람 이름도 같이 적어서 올릴 거다?”

 “언제는 안 그랬나.”

 생일 카페와 함께 카메라 속에 들어간 큰세진은 갸루피스를 한 채 이쪽을 향해 보고 있었다. 팬들이 보고 싶다고 한 걸 이렇게 보여주는 걸 보니 역시 큰세진은 큰세진이다.

 오늘 하루 꽤 정신없긴 했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 숙소에 돌아가면 큰달에게 연락은 해야겠다만.

 

 

 

 “그나저나 이따 저녁 뭐 먹고 싶어? 오늘은 세진이가 쏜다!”

 “갈빗집 아까 예약하고 왔는데.”

 “아까 먹지 않았어? 크으.. 친구가 이미 점심으로 먹은 거 저녁에 다시 못 먹게 하려고 좋아하는 음식을 포기하는 거 어떠냐? 이 정도면 좋은 우정 아니야? 어디 가서 자랑하고 다녀도 된다~”

 “... 조금 먹었지.”

 “헐~ 혹시 세진이랑 같이 먹으려고 조금 먹은 거야? 정말 감동이.. 아!”

 “뭐라냐. 그나저나 생일인 놈이 쏘긴 뭘 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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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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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_백덕수 / 주최, WIX 제작 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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